LOWLAW Vol. 41, Law & People (The First), 인터뷰

LOWLAW Vol. 41, Law & People (The First), pp.30-31, 2003. 3

“ICC 출범은 인류의 숙원… 항구적 세계평화 위해 기여하겠습니다”
『정의 없이는 평화가 없으며, 법 없이는 정의가 없으며, 또한 주어진 상황에서 무엇이 정당하고 법적인가를 결정할 재판소가 없이는 의미있는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을 처벌하기 위해 설치된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소’의 벤자민 페낸시(Benjamin B. Fenency) 재판관의 말이다.
국제사회에서 전쟁범죄나 집단살해죄와 같은 극악무도한 범죄를 처벌함으로써, 폭력을 종식시키고 항구적 세계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설치된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 지난 98년 로마규정에 의해 네덜란드 헤이그에 설치된 국제형사재판소가 내달 11일 공식 출범한다. 그리고 지난 2월 4일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는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초대 재판관 선출이 있었다. 이날 총 85개국 가운데 63개국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 당선의 영광을 얻은 송상현(61) 서울대 법대 교수를 만났다.』
“국제형사재판소의 출범은 인류가 지향하는 보편적 가치인 인권옹호, 법을 통한 세계 평화와 유지, 그리고 인도주의를 목표로 설립된 것이라는 점을 항상 인식하고 그에 맡는 업무를 수행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2월 17일 하이얏트 호텔에서는 송상현 교수의 국제형사재판소 초대 재판관 당선 축하연이 있었다. 이날 소감을 발표한 송상현 교수는 “30년 동안 소송법을 가르쳐온 소송절차의 전문가로서, ICC 재판관으로 취임해 재판의 집행 절차가 공정하고, 정의롭고 효율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앞장서서 이끌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송교수는 또, “지난 연말 우리나라의 ICC 재판관 후보로 지명받아 뉴욕으로 떠날 때만 해도 퍽 무거운 마음이었다”고 말하며, “오늘날 당선된 것은 한국의 국력이 커졌고 한국의 위상이 국제사회에서 그만큼 강화되었음을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송교수는 그동안 당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외교통상부와, 산업자원부, 감사원, 국정원 등과 송교수 후원회의 노고를 일일이 언급하며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43개국 후보중 사실상 최다득표
이번 재판관 선출은 국제기구 사상 유례 없이 경쟁이 치열했다. 총 18명의 재판관을 선출하는 데 당사국의 절반이 넘는 후보자가 나와 33차례 투표를 거쳤고, 송교수는 1차 투표에서 투표권이 있는 85개국 가운데 63개국의 지지를 얻었다. 모두 43개국 후보가 참여한 이번 선거에서 여성은 10명, 남성은 33명이 후보로 나섰으며, 송교수는 남성후보로서 유일하게 3등으로 당선되었다. 그러나 여성후부의 경우 의무적으로 6표를 찍어야 하기 때문에 “송교수의 득표는 실질적인 최다 득표였으며 압도적 당선이었다”는 후문이다.
이로써 송교수는 내달 11일 네델란드 헤이그에서 출범하는 ICC 초대 재판관으로 재임하게 된다. ICC 재판관의 임기는 3년, 6년, 9년인데 송교수는 3년 임기로 결정되었다. 이날 송교수의 재판관 당선까지의 과정을 보고한 신각수 외교통상부 조약국장은 “6년, 9년 임기의 경우 재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송교수가 3년 임기가 된 것은 사실 12년을 확보한 것이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즐거운 웃음을 자아냈다.
또 축사를 맡은 이종남 감사원장은 “송교수의 압도적 당선은 개인의 영광을 떠나 우리나라의 위상과 법조인의 명예를 세계에 떨친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정의구현과 인류평화를 위한 송교수의 활약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교수는 “50년 넘는 시간 동안 세계적 숙의를 거쳐 ICC가 출범하게 된 것은 인류의 역사적으로도 의미있는 출발”이라며, “전쟁 등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범죄가 발생했을 경우, 부녀자나 어린이를 살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더 엄하게 벌함으로써 억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송교수는 서울대 법대 재학 당시 고등고시 행정과(1962년)와 사법과(1963년)에 합격했으며 1972년부터 현재까지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민사소송법 전공인 송교수는, 그동안 국제중재 등 국제소송분야에서 탁월한 연구업적을 일궈왔으며, 미국의 하버드대 법대와 뉴욕대, 컬럼비아대, 하와이대 및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대 등에서 한국법 강연을 해왔다. 올해 안식년을 맞아 미국 하버드대에서 강의를 준비중이다.
이나영 기자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
국제형사재판소는, 집단살해죄(Genocide), 인도에 반한 죄(Crime against Humanity), 전쟁범죄(War Crime) 및 침략범죄(Crime of Aggression) 등 가장 중대한 국제인도법 위반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할 수 있는 최초의 상설 국제재판소이다.
1990년대 들어 탈냉전과 함께 르완다나 유고슬로비아에서 범해진 극악한 반인도적 사건을 처벌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의 형태로 전범재판소가 설립되면서, 이러한 범죄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과 신속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상설 국제재판소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부분의국가가 동의하여 국제형사재판소의 설립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98년 7월 로마에서 열린 외교회의에서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Rome Statute of the International Criminal Court)”이 채택되었고 2002년 7월 발효되었다. 당사국은 EU,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87개국이며, 83번째 당사국인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월 1일부터 로마규정이 발효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