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소프트웨어의 法的 保護, KMDI Bulletin 9(10), pp.1-2, 5, 한국경영연구원, 1985.10.30

컴퓨터 소프트웨어는, 주지하다시피 각종기기에 따라오는 사용설명서 또는 요리책(cook book)에 비유될 수 있는 ‘컴퓨터활용아이디어의 표현’이다. 이러한 소프트웨어의 선택은 기업의 경영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첫째로, 컴퓨터를 활용한 경영에 있어서 어떠한 종류와 어떠한 성능의 소프트웨어를 선택함으로써 경영의 합리화와 효율화를 기할 수 있는가하는 문제가 있으며, 둘째로, 부가가치가 높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판매하는 기업이 경영전략의 일환으로서 자신의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본고에서는 둘째 문제인 소프트웨어의 법적보호에 대하여 간단히 알아본다.
소프트웨어는 첨단기술의 하나로서, 사업정보, 기타의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해주고 업무처리의 속도를 높여줌으로써 생산성을 향상시켜주고 나아가 경제 전반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소프트웨어 사업은 외국자본에 크게 의존하지 아니하고서도 국내의 우수한 인력을 잘 활용하면 발전할 수 있는 기술집약적 산업에 해당되므로, 우리나라에 아주 적합하고 산업정책적 차원에서 반드시 발전시켜야 할 산업인 것이다. 사실 이제까지 컴퓨터산업이라고 하면 흔히 하드웨어산업만을 생각해왔고, 그것도 대부분의 소재들을 선진국으로부터 수입하여 국내에서는 조립․가공만을 한 후 저렴한 가격으로 수출하는 것으로 만족해 왔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없는 하드웨어는 고철덩어리에 불과하며 소프트웨어의 현실적인 부가가치가 하드웨어의 그것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생각하면 소프트웨어산업의 보호․육성에 보다 많은 관심이 기울어져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소프트웨어산업의 보호․육성은 금융세제에 있어서 혜택을 줌으로써도 가능하겠지만, 경쟁적인 시장구조 하에서는 소프트웨어 자체의 법적보호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즉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자나 소프트웨어 개발업자는 자신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지적재산 또는 무체재산으로서 스스로 사용하거나 양도처분 하거나 사용허락(license)할 수 있고 제3자의 불법적인 침해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어야 안심하고 의욕적으로 보다 유수한 성능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연구 또는 투자를 하게 될 것이다. 소프트웨어의 개발에는 막대한 시간과 인력과 비용이 소요되지만 그의 복제는 손쉽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가 지적재산으로서 충분히 보호되지 못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프트웨어를 스스로 개발하려고 하기 보다는 이미 개발되어 있는 타인의 소프트웨어를 무단복제 하려고만 할 것이고, 따라서 전체적으로 소프트웨어산업도 발전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소프트웨어의 법적보호를 위한 구체적 방법은 무엇인가? 우선 소프트웨어는 컴퓨터 이용기술에 해당되므로, 새로이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기술적사상으로서 신규성과 진보성을 갖추고 있으면 개발업자는 특허청으로부터 특허권을 부여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특허청도 소프트웨어의 특허법적 보호를 위해 1984.11.21에 「컴퓨터 관련발명의 심사기준」을 공표한 바 있다. 특허청이 심사기준을 발표하였으므로 소프트웨어가 특허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확실해졌으나, 특허법상의 신규성과 진보성이라는 요건을 충족하는 소프트웨어가 과연 얼마나 있을 것인지 의문이고 특히 특허출원 절차가 번잡하고 비용이 많이 소요되며 출원과정에서 소프트웨어가 공개될 위험이 있어서 특허법에 의한 소프트웨어보호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소프트웨어를 기업비밀로서 보호하거나 상표법․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해 보호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당사자가 철저한 계약을 체결한다고 하더라도 기업비밀 또는 영업비밀로서의 보호를 우리나라 법원이 인정해줄 것인지는 아직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특정 소프트웨어가 여러 사람의 수중에 들어가 널리 이용되는 단계에 이르면 비밀성을 상실하므로 더 이상 기업비밀로서 보호받을 수는 없게 될 것이다. 한편 상표법이나 부정경쟁방지법은 특정 소프트웨어가 대량판매되고 상표나 기타의 상품표식이 부착되어 있는 경우에만 적용될 수 있을 뿐이라는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자체가 직접 보호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부당한 경쟁을 방지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소프트웨어가 보호될 수 있을 뿐인 것이다. 위와 같은 단점이니 한계에 부딪치지 않고 비교적 효율적으로 소프트웨어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저작권법적 차원에서의 보호일 것이다. 즉 소프트웨어는 컴퓨터 활용을 위한 아이디어의 창작적 표현으로서 소위 저작물에 해당되므로,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는 특별한 절차를 밟지 않고서도 쉽게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될 수 있는 것이다. 저작권법에 의한 소프트웨어의 보호는 표현매체가 무엇인가에 관계없이 인정되는 것이므로, 특정 소프트웨어의 Source Code 뿐만 아니라 Object Code도 똑같이 보호되며 ROM 형태의 소프트웨어도 보호된다. 또한 저작권법은 창작적 표현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므로 특정 저작물의 목적이나 기능이 무엇인가에 따라 보호여부가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컴퓨터 응용프로그램(Application Program) 뿐만 아니라 컴퓨터의 내부작동만을 통제하는 소위 작동 프로그램(Operating System Program)도 마찬가지로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될 수 있는 것이다. 저작권법에 의한 소프트웨어 보호는 소프트웨어의 종류나 형태에 따라 제한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보호요건도 간단하다. 즉 소프트웨어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기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는 특별한 심사절차를 거쳐야 할 필요도 없고, 오직 당해 소프트웨어가 작성된 후 판매되거나 배포되기만 하면 저작물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이다. 요컨대 저작권법에 의한 소프트웨어 보호는 가장 손쉽고 효율적이며 널리 이용될 수 있는 보호방법의 하나인 것이다.
그리하여 선진각국도 저작권법적 보호체계를 채택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현행 저작권법은 소프트웨어의 저작물성을 전혀 고려하지 아니한 채 1957년에 제정된 것이므로, 소프트웨어가 어느 정도로 어떻게 보호될 것인지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현행 저작권법을 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현행 저작권법은 저작물로서 문서, 회화, 음반, 사진, 녹음필름, 영화 등을 열거하고 있는데 컴퓨터프로그램 또는 컴퓨터소프트웨어도 위의 저작물의 하나로서 명시적으로 열거하고, 나아가 가능하다면 프로그램이나 소프트웨어에 대한 정의규정을 두어 적용범위를 명백히 해야 할 것이다. 둘째 직무상 개발 작성한 프로그램의 저작물이 법인 기타의 사용인에게 귀속되는가 아니면 개발 작성당사자인 피용인에게 귀속되는가에 관한 명문의 규정을 둠으로써 프로그램저작물의 저작권이 누구의 것인지에 관한 다툼의 여지를 없애야 할 것이다. 즉 소프트웨어개발업을 영위하는 법인 기타의 사용인이 다수의 프로그램 기술자를 고용하여 컴퓨터프로그램을 개발․판매하는 경우에 피용인인 프로그램 기술자가 개발 작성한 프로그램은 언제나 당연히 당해 법인 기타의 사용인에게 귀속되는 것인지 그리고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프로그램 저작물의 저작권이 누구에게 귀속되는가를 규정하고 있다면 그 규정의 효력은 어떠한가에 관하여 저작권법이 명문의 규정을 두어야 할 것이다. 셋째, 현행 저작권법은 저작권의 인격권적 특성, 즉 저작물은 저작권자에게 절대적으로 전속되어 있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저작권자에게 원상유지권을 부여하여 제3자가 저작권자의 동의없이 저작물을 변경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성질상 특정의 컴퓨터에 그대로 이용될 수 없으면 이는 당해 컴퓨터에 맞게 변경되어야 하거나 특정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당해 프로그램을 변경해야 할 필요가 있는 바, 이러한 특성에 적합한 정도의 프로그램 변경권이 신설되거나 원상 유지권이 적절한 한도로 제한될 수 있음을 규정해야 할 것이다. 프로그램 저작물은 다른 저작물과는 달리 프로그램 이용자가 특정 프로그램에 변경을 가해야 할 필요가 있고 프로그램 저작권자도 그러한 변경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3가지 이외에도 프로그램 이용자의 복제권이라거나 프로그램 저작물의 등록의 문제 또는 등록과 비밀성유지와의 관계라든가 또는 프로그램저작권 침해행위의 유형이나 침해금지명령 등의 많은 문제들에 관하여 저작권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만 저작권법의 개정을 논의함에 있어서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자, 소프트웨어 이용자, 주무부처의 담당자, 그리고 법률가 등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검토되어야 할 것이고 특히 개발업자의 이익과 이용자들의 이익이 합리적으로 조화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소프트웨어를 저작권법의 차원에서 보호한다고 할 때 아직까지 이를 관장할 부처가 불명확한 것도 문제이다.
선진각국도 소프트웨어보호에 관하여 저작권법적 보호체계를 채택하고 있고 특히 미국과 일본은 보다 명확한 보호를 위해 저작권법을 개정하였는 바, 우리나라도 이러한 입법례를 참조하여 저작권법을 속히 개정하여 소프트웨어라는 지적재산을 보호하고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산업을 보호육성할 필요가 절실하다. 저작권법개정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첨단기술 산업의 하나인 소프트웨어산업을 보호하는 것에 대하여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지만 중대하고 심각한 문제는 외국인의 소프트웨어의 보호일 것이다. 현행 저작권법에 의하더라도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직접 투자하여 소프트웨어를 개발․판매하면 우리나라의 개발업자와 똑같이 보호되는 것은 명백한데, 문제는 우리나라가 아직 세계저작권협약(Universal Copyright Convention)이나 베른협약(Berne Convention)에 가입하지 않고 있어서 외국인이 자국에서 개발 판매한다고 해서 당연히 우리나라에서도 당해 외국인의 저작물이 보호되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외국인의 소프트웨어 저작물보호의 문제는 특히 미국이 자국의 수지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한국에 대한 시장개방의 압력과 함께 지적소유권의 보호를 주장하여 온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고 복잡한 통상문제가 되었다. 우리로서는 최소한 어떤 방식으로 얼마만큼 외국인 소프트웨어를 보호하는 것이 우리나라에 이익이 될 것인가를 살펴보는 소위 “경제적 비용․효과분석”을 하여 이를 토대로 한 보호의 입법을 속히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