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자기개발과 행동윤리, 월간 해양한국 통권 200호, (재)한국해사문제연구소, pp.37, 1990. 5

宋 相 現 (서울法大 교수)
우리나라의 당면목표 중의 하나가 민주주의의 확립이라고 본다면, 그 민주화의 구체적 내용으로서 진정한 남녀평등의 달성도 시급한 과제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동안 정부의 정책과 여성자신들의 노력에 따라 점차 여성의 사회진출이 괄목할 만큼 늘고, 사회적 지위가 많이 향상되었다고 하겠다. 이같은 바람직한 변화는 또한 그대로 우리 사회의 변동과 생활 여건의 개선에 의해서도 촉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첫째, 교통통신수단의 보급이다. 특히 거의 매 가구마다 자동차를 보유하게 되자 기동력을 확보하게 된 점이다. 따라서 여성들이 집안에만 머물러 있지 아니하고, 신속한 정보교환을 토대로 행동반경과 접촉의 범위를 넓혀가면서 자신의 개발을 위하여 노력할 수 있게 되었다.
둘째, 대부분 아파트생활을 하고 소수의 자녀를 기르며 가사를 보조하는 일손이 귀해지자 衣食의 면에서 생활을 단순화하고 남편과 자녀들도 집안일을 공동으로 돕는 등 가정생활의 패턴이 내용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거치고 있다. 그리하여 가사에서 해방된 시간적 여유를 밑바탕으로 사회진출의 일차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여성인력의 사회진출은 경제사회발전으로 말미암아 남성인력이 귀해지는 분야를 도맡는 단계를 뛰어넘어서 자신들의 역량을 개발하고 지식을 전문화하면서 직업적 자존심에 걸맞게 각 방면으로 진출해 나아가는 꾸준한 노력이 요청된다. 이같은 관점에서 보면 부족하나마 기본법인 헌법상 남녀평등을 보장하는 규정에서부터 남녀고용평등법에 이르기까지 법제상의 보장은 물론, 각종 기구, 조직, 연구단체 등도 가동되어 각종 기회학보와 이론개발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여성인력의 효과적 활용에 장애가 되는 요인은 많다. 제도개선은 말할 나위도 없으나 可視的인 것으로서 탁아소의 부족 상태라든가, 여성 자신과 그 가족들이 이같은 새로운 발전현상에 대처할 수 있을 정도의 의식구조나 행동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핵가족화 현상 속에서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 경우에, 이에 걸맞는 새로운 관계정립이나 변화된 역할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고, 새로운 행동윤리에 대한 제시가 없어서 가정내에서 전통문화의 전수과정이 갑자기 단절되고 여러가지 가치혼란이 온다.
셋째, 증가된 소득과 여유시간을 사회봉사를 위하여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훈련과 인식이 부족하다. 전통적인 친목계를 모으는 수준을 벗어났다고 하는 경우에도, 고작 취미나 교양활동이 아니면 충동적 자선에 그치는 경우가 많음을 본다.
넷째, 한국의 부모는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으나, 이는 주로 지식의 암기를 통한 상급학교 진학을 위주로 한 독려에 불과할 뿐이다. 자녀들은 열심히 이 세상을 살아가는 부모를 답습하기도 하지만, 한 자동차 속에 가족단위로 움직이는 오늘날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음식점이나 야유회 장소에도 같이 가고, 심지어는 외국여행도 따라가면서 부모의 바람직하지 못한 언행도 그대로 배우게 된다.
국가사회를 유지해 가는 최소 기본단위로서 가정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고 할진대, 가정과 바깥사회와의 접촉이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개방화, 자유화된 이 시점에서, 특히 가정에서 사회에 새로 진출하는 여성구성원들이 확고한 가치판단의 기준과 자존심을 가지고 행동하도록 유도한다면 좀더 분수에 맞고 건전한 사회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