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國學의 寶庫(Eastern Intellectual Establishment for Koreanology)여! 영원하라
하버드 옌칭 도서관 한국섹션 50주년 기념 기고, 2000.12.21.

宋 相 現 (서울법대 교수)
1970년대 이래로 미국의 법과대학에서 中國法과 日本法에 관한 강의와 연구는 그지없이 활발하고 본국의 지원도 강력한데, 韓國學의 경우는 미국에서 아무도 관심조차 없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일이 기억에 새롭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미국 로스쿨에서 한국법 강의를 개설하기 위하여 동분서주하는 가운데 하버드대학에 옌칭도서관 (燕京圖書館)이 있고 그 곳에는 한국섹션이 따로 있어서 우리나라의 각종 도서와 귀중한 옛 자료가 체계적으로 수집․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무척 고무된 바 있다. 그러나 이 곳을 내가 처음 찾은 것은 1978년 가을이었다. 아담한 2층 건물의 지하로 내려가서 복잡한 미로를 지나야 한국도서 컬렉션에 접하게 되는 것은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으나, 김성하 선생님께 인사드리게 되었고 백린 선생님도 알게 되었다. 이 분들은 철저한 사명감을 가지고 미국 땅에서 제일가는 규모의 한국도서를 수집하면서 이를 미국은 물론 전세계의 한국학 연구자에게 제공하는 일에 열심이었다. 또한 매년 옌칭 스칼라들이 새로 도착하면 심지어 이들이 집을 구하고 정착을 하는 데까지도 친절하게 도와주는 분들이었다.
요컨대 옌칭도서관의 한국섹션에 근무하는 분들은 모두 한국에서 오는 방문자나 학자들에게 토탈 서비스를 제공하고 길잡이 노릇을 하는 고마운 분들이었고 한국섹션은 한국학자의 모임장소인 동시에 한국학의 요람 그 자체였다. 그 옛날 한국소식을 알기 어려운 때 옌칭도서관에 오면 각종 한국의 신문과 잡지를 마음대로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가족들은 小說類를 빌려다 보기도 하였다. 따라서 이곳에 들어서면 외국생활의 스트레스를 잊을 수 있고 미국 속에 형성된 知性的 韓國村을 방문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곳을 항상 Eastern Intellectual Establishment for Koreanology의 중심으로 생각하여왔다. 그러나 나는 하버드 법대에서 강의를 하는 교수의 입장이어서 강의 및 연구와 학생상담도 시간적으로 큰 부담이 되고, 도서관도 하버드법대를 주로 이용했기에 처음에는 별로 긴밀한 접촉은 없었다. 그런데 하버드법대에서 한국법에 관한 강의를 할수록 한국자료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이 생겨났고, 특히 학교의 요청으로 朝鮮朝時代의 法制史나 法思想을 가르치는 경우에는 옛날의 典籍을 참고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적지 아니하였다.
또한 現代 韓國의 法과 社會를 가르치는 경우에는 법률자료이외에 각종 최신의 경제사회정보 및 통계수치가 당장 필요하였다. 평소에 한국자료의 부족함을 통감해온 입장에서는 항상 영문자료를 원했고, 할 수 없는 경우에는 한국어자료를 찾게 되는데 옌칭도서관은 참으로 이러한 고민을 실질적으로 해결해준 寶庫였다. 더군다나 돌아가신 金聖河 선생님을 뒤이어 1990년에 책임자로 부임하신 尹忠男 선생은 한국법 강의에 필요한 책과 자료를 언급하면 한국에서 구입하여서라도 참으로 신속하게 공급해주어서 얼마나 편리하고 가르치는데 도움이 되었는지 모른다. 윤충남 선생은 한국의 名人인 孤山 尹善道선생의 宗孫이고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으로 수십 년 친구이지만 30여년 전 그가 渡美한 후 한동안 소식이 없다가 하버드에서 다시 만나게 되어 참으로 반가웠다. 그가 그처럼 헌신적인 서비스를 해준 덕택에 하버드법대에서 강의를 개설할 때마다 욕심을 낼 수가 있었다. 또한 옌칭으로 방문하여 오신 국내 人文社會科學分野의 碩學들을 연결시켜 법대의 강의에 초청할 수 있도록 배려하여 주었다.
뿐만 아니라 옌칭도서관과 하버드법대 도서관의 한국자료를 비교․대조하여 상호간의 중복된 장서를 교통정리하는 용단을 내리기도 하였고, 법대도서관에 계속 들어오는 大韓民國法令集 追錄이 산더미처럼 방치되어 이용하기 어렵게 된 것을 모두 加除하는데 결정적으로 도움을 준 일도 있다. 하버드대학은 100개가 넘는 자체 도서관을 가지고 있고 이들이 각자 분권적 운영을 하고 있으므로 한국학이나 한국법에 관한 자료가 散在해 있다. 윤선생은 한국자료의 구심점으로 우뚝 서있다. 그리하여 윤선생은 내가 정기적으로 하버드법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므로 한국법 강좌의 성공적 운영을 위하여 내가 필요한 자료들을 집중배치하는 등 여러 가지로 望外의 도움을 준 분이다. 하버드 법대처럼 강의의 구성과 내용 등이 곧바로 평가를 받는 긴장된 분위기에서 옌칭도서관의 존재가 없었다면 나의 강의나 특강 등은 계속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가 옌칭도서관의 한국책임자로서 하버드대학내에서 그 입지를 강화할 수 있도록 모금 기타 모든 면에서 도와준 것이 없어서 미안할 따름이다. 사실 日本이나 中國섹션의 경우에는 본국의 독지가와 학자 또는 재단이나 출판사들이 상당한 기부와 지원을 계속하여 수십 개의 기금과 많은 예산을 토대로 그들의 발언권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이곳을 수시로 방문하여 도움을 받거나 직원들의 시간을 뺏는 각종 한국인 방문자의 수는 엄청나지만 극소수의 뜻있는 재단이나 출판사 등의 도움으로 겨우 현상을 유지하는 실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하버드대학교의 옌칭도서관내 한국섹션은 韓國의 古今의 資料를 收藏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다양한 컬렉션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반세기의 세월동안 10만권이 훨씬 넘는 엄청난 장서를 모아 韓國學硏究를 支援하는 世界의 中心處가 되었다. 그동안 이 곳을 무대로 한국학에 관한 중요한 업적도 많이 생산되었고, 많은 한국의 학자들이 펠로우쉽을 받아 이곳에 와서 자기분야에 대한 기여는 물론 미국에 한국학을 발효시키는 귀중한 역할을 한 産室이기도 하다. 전세계에서 한국학 연구자가 이곳으로 몰려드는 것은 물론 일찍부터 북한의 자료도 꾸준히 수집하고 있으므로 미국을 방문한 북한의 관리나 학자들도 이곳을 찾아오는 것을 보았다.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다른 나라 학자들에게 이 곳을 자랑삼아 소개하곤 한다.
한국섹션의 5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앞으로 하버드대학교와 함께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