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企業의 業務用 不動産, 세계일보 칼럼, 1990.6

宋相現(서울法大 敎授)
3당통합과 이를 둘러싼 갖가지 실망스러운 행태를 보여준 정치와 대기업의 부동산 강제매각과 춤추듯 하는 증권시장 및 뛰어오르는 물가로 대표되는 경제와 그리고 KBS와 현대중공업사태로 상징되는 노사관계 등이 한동안 온통 나라를 떠들석하게 하더니 한․소 정상회담으로 말미암아 새로운 장면전환이 이루어졌다. 이 획기적인 동서의 만남은 앞으로 얼마동안 우리의 관심을 끌면서 온 나라를 바쁘고 들뜨게 할 것이다. 그러나 땅투기꾼들이 시베리아로 원정을 가버리지 않는 한 부동산투기억제는 우리들 자신의 내부균열을 방지하는데 여전히 중요하므로 국민들의 주의가 분산되어서는 안된다.
대기업들의 부동산 강제매각조치는 아무리 과거부터 여러번 들어본 토지투기억제책이라고 하더라도 정부로서도 고육지책이고, 사실 그렇게 바람직한 경제대책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대기업들의 대부분은 과거 고도성장정책에 편승하여 정부의 온갖 특혜와 지원하에 무럭무럭 자라난 우량아들이다. 그들은 지난 20여년간 정부의 과잉보호하에 순조롭게 커 오다가 국내외여건이 바뀌어 이제는 스스로 자립하라고 하니 새로운 변화에 바르게 대처하기보다는 엉뚱하게도 부동산매입에 새삼 열을 올리기 시작하였다. 노조의 강력한 임금인상요구 때문에 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되었다고 해서 이를 만회할 방법으로 자기자금은 물론 타인자금까지 동원하여 손쉽게 폭리를 남길 수 있는 부동산 확보에 전력을 다한 것이다. 최근의 생산성저하와 이윤감소를 증권이나 부동산을 단기 매매하여 그 차익으로 보충하고자 했다면 그것은 바로 국민의 지탄을 받을 만한 투기에 해당한다. 아무리 업무용 부동산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빛좋은 개살구같은 핑게일뿐이고 무슨 땅을 그처럼 많이 보유해야 업무가 잘 된단 말인가. 그처럼 좋은 두뇌와 자금동원력을 기술개발과 종업원 복지에 투자하기는 어렵고 전국을 휩쓸고 다니면서 몇백 몇천만평을 경쟁적으로 매입하는 것은 그많은 정부의 감시와 규제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손쉽게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토지매입에 대한 비난이 세차게 일어나자 업무용 부동산이라고 강변하다가 대통령으로부터 야단을 맞고 나서야 부랴부랴 일부나마 팔겠다고 결의도 하고 발표도 하고 고위층에 보고도 한다니 대기업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송두리채 저버린 꼴이 되었다. 대기업들이 국민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한 점도 인정받아야 하고 그들의 기업의욕을 물리적 힘으로 저하시켜서도 안되며 금번의 부동산대책이 부동산거래를 아주 동결시켜도 곤란하지만 부동산투기를 통하여 손쉽게 과다한 이득을 노리는 것은 막아야 하고 그와 같은 일확천금의 불로소득이 아직도 가족적 지배하에 있는 몇개 기업의 수중에 독점되어서도 안된다. 이처럼 형성된 공감대 위에서 정부가 강력한 대응책을 내놓았다고 볼 수 있으나 너무 늦은 감이 있다. 뿐만 아니라 마지못해 내놓은 매각부동산도 그 양과 질에 있어서 너무나 미흡하여 국민감정을 진정하기 어렵고 부동산가격앙등을 진정시킬 효과도 현실적으로 크지 아니하다. 가격은 하락하지 아니한 채 잠시 주춤하고 눈치를 보게 하고 정작 실수요자도 부동산을 매입할 수 없게 만든다. 더군다나 이같은 정부시책의 성공여부는 기업들이 보유한 부동산이 과연 업무용인지 여부를 정확하게 판정하여 비업무용의 완전한 매각을 유도하는데 좌우된다고 하니 이점이 참으로 수상쩍은 대목이다. 이것은 또다시 모처럼 내놓은 부동산대책을 용두사미로 만들어버릴 염려가 있다. 비업무용 판정기준이 느슨해지거나 대주주의 완전 지배하에 있는 재벌기업들이 정관의 목적사항을 개정하여서라도 그와 같은 목적사업의 수행을 위하여 새로운 부동산의 취득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회에 차라리 업무용과 비업무용이라는 애매모호한 기준을 과감하게 버리고 자본금 규모와 연동하여 기업별로 보유부동산의 한도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하고 싶다. 사업의 범위를 확장하려면 자본금을 증자하고 이와 연동하여 일정한 범위내로 필요한 부동산을 더 취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며, 또다른 많은 규제법령에서도 자본금 또는 매출액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왕 재벌기업들이 팔기로 내놓은 부동산은 6월내에 매각하기로 한다고 하니 끝까지 두고 볼 일이다. 만일 그때까지 미처 팔리지 아니한 부동산이 있을 때에는 이를 토지개발공사로 하여금 인수시키고 낮은 금리의 토지채권으로 대금을 지급하게 하거나 은행에서 빌린 융자금을 상환하도록 차질없는 집행을 한다고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재벌이 내던진 땅을 정부가 특혜를 주어 인수하는 꼴이 되어서도 안된다.
대기업들은 이제 이리저리 몰려다니면서 땅사재기 경쟁에서 손을 떼고 문어발식 사업확장을 지양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업종을 상호간에 교통정리하여 전문화와 특성화의 길을 가야 한다. 자기들이 생산하는 것과 동일한 외제품을 수입하여 과소비를 조장하거나 한 그룹이 어느 업종에 손댔다고 해서 다른 그룹도 모두 경쟁적으로 참여하고 보면 똑같이 망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요즘처럼 석유화학업종에 너도 나도 뛰어들어서 출혈경쟁을 하면 얼마후에는 모두 큰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는데 그때에는 또다시 부동산투기를 하여 그 손실을 메꿀 것인가.
재벌기업은 그 우수한 두뇌인력과 자금력을 기술개발과 경영합리화에 투입하여 경쟁력을 배양하면서 살길을 찾아야지 부동산투기를 통한 천민자본주의적 이윤추구를 단념하여야 한다. 부동산투기를 하는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비난받아야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자가 대기업이므로 이들의 부동산투기는 더욱 엄히 다스려야 마땅하다. 재벌기업의 부동산강제매각이 경제난국의 근본적 해소책은 아니다. 더 근본문제는 한걸음 더 나아가서 공룡같이 커가는 재벌의 손에 온 나라의 경제력이 집중되는 것을 어떻게 막느냐 하는 문제이다. 이 문제는 남북통일 및 진정한 민주주의의 정착문제와 함께 우리나라 국운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3대과제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