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경대 中山信弘 교수와 지적재산권 동향에 관한 특별좌담,
통권 제76호, 월간 지적재산, p.6-16, 1994. 10

“지적재산권법은 점차 세계화하는 추세”
(송상현 서울법대 교수(53)는 올해 초 미국 뉴욕대의 석좌교수로 선정됐다. 뉴욕대가 세계석학 25명을 뽑는 가운데서 맨먼저 선정되는 영광을 안은 송교수는 86년 한국지적소유권학회를 창설, 국내의 지적재산권 보후문제에 가장 앞장서 왔다. 현재 동 학회와 국제거래법학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Q: 송 교수께선 올해 초에 미국 뉴욕대의 석좌교수로 임명되셨지요. 뉴욕대가 석좌교수를 선정하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A: 뉴욕대는 오는 2000년까지 세계제일의 법대로 만들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올해 안에 모두 25명의 석좌교수를 선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석좌교수로 선정되면 뉴욕대로부터 연구기금을 받는 동시에 이 대학의 종신교수직도 갖게 됩니다.
25명 가운데선 제가 맨처음 석좌교수로 뽑히게 됐습니다. 심사는 유엔사무총장, 국제사법재판소장, 세계은행총재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된 ‘석좌교수선정위원회’가 맡고 있는데 우열을 가리기 쉬운 아시아지역부터 우선 선정키로 한 것 같습니다. 아시아지역에선 일본에서 2명, 대만에서 1명이 각각 뽑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Q: 석좌교수로 선정된 가장 큰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A: 지난 20년간 세계 각지에서 초청교수로 강의를 하면서 ‘한국법’을 소개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 같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세계평화는 법을 통해 달성된다’는 신념을 믿고 있습니다. 법은 각 나라마다 약간씩 다르기 때문에 국경을 초월해 적용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을 극복하고 법의 국제화를 도모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은 것이 이번에 석좌교수로 선정된 이유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Q: 송 교수께선 현재 한국지적소유권학회 회장직을 맡고 계신데, 이 학회는 언제 설립됐나요.
A: 사단법인 한국지적소유권학회가 창설된 것은 1986년 1월입니다. 당시 미국이 지적재산권 문제를 양국간의 통상협상 의제로 다루자고 요구해옴으로써 처음으로 이 분야가 국민적 관심을 끌게 됐습니다. 그때만해도 기본 용어조차 없어서 일본이 쓴 것을 그대로 번역한 지적소유권이란 용어가 신문에 보도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미국의 통상압력으로 지적재산권 보호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하게 됐지만 한국정부로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조차 몰랐던 게 사실입니다. 한국지적소유권학회는 당시 이같은 한국의 입장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의 자문역할을 해주는 동시에 저작권법 개정, 반도체칩보호법 및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제정 등 국내 지적재산권법 체계를 현대화하는 일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Q: 방금 지적소유권이란 용어를 지적하셨지만 우리나라의 특허법 등 지적재산 관련법들이 일본의 법조문을 거의 그대로 번역하다시피하는 현실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신가요.
A: 그동안 입법과정에서 일본법에 의존적이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현재 지적재산권법 중에는 일본법의 의존도가 큰 법이 있는가 하면 세계입법 경향에 맞춰 독자적으로 제․개정한 법이 있습니다. 가령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반도체칩보호법 등은 일본법과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지적재산권법이 갈수록 세계화하는 추세입니다. 앞으로는 일본법이다 한국법이다 대륙법이다 영미법이다 할 것 없이 모두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봅니다. 또 실제로 그러한 노력들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실정입니다.
Q: 우리나라는 현재 지적재산권 분야의 전문가가 크게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가 아닐까요.
A: 그렇습니다. 전문가를 양성하는 일은 정부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학, 기업 등도 함께 노력해야 할 문제입니다.
우선 정부는 국제특허연수원과 같은 기관을 통해 여러 가지 지적재산 관련 교육과 훈련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대학에서는 지적재산 관련법 강좌를 개설하고 전문대학원을 설치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최근들어 몇몇 대학에 특허전문대학원이 설립되고 강의 개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기업은 지적재산 관련 전담부서의 인원을 확충하고 실무교육을 강화해 기업 내에서 실무 전문가를 키워나가야 합니다.
Q: 지적재산전문연구기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신지요.
A: 현재 일본에는 지적재산연구소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전문연구기관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오래 전부터 해왔습니다. 김태준 전 특허청장이 부임할 당시에 이같은 의견을 낸 적도 있었습니다.
우리나나에 지적재산연구소를 설립하게 되면 일본을 모델로 삼을 가능성이 크지만 좀더 안목을 넓혀 세계적인 규모의 연구소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개정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이 지난 7월 5일부터 정식 발효됐습니다. 송 교수께서는 ‘컴퓨터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의 구성운영안을 마련하셨는데, 이 심의조정위원회의 역할은 어떤 것입니까?
A: 컴퓨터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는 그 역할범위가 문제입니다. 다시 말해 분쟁조정 역할을 맡게 될지 아니면 과학기술처장관이 부의하는 사안을 심의하는 일까지 관여하게 될지 아직 명확하게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또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은 현재 저작권법을 토대로 해서 법적 보호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저작권법상 컴퓨터프로그램은 기능저작물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저작권법 이론을 뛰어넘어 기술보호적 요소가 강한 법 이론으로 발전해 나갈 가능성이 큽니다.
Q: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독점규제법이 지적재산권법에 영향을 줄 만큼 활용되고 있지 않은 상태인데, 앞으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A: 독점규제법은 자유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법이고 특허법은 특허권자에게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권리를 보장해 주기 위한 법이므로 두 법률이 불가피하게 충돌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 문제가 국내외적으로 쟁점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미국에서 이같은 문제가 다발하고 있는데, 미국은 특허법의 성격을 크게 손상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독점규제법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Q: 한국지적소유권학회의 향후 활동계획은.
A: 단순한 법학회가 아니라 사회과학 전반을 포괄하는 학술단체로 발전시켜 나갈 생각입니다. 법률뿐만 아니라 기술무역과 통상무역 측면에서 연구를 병행해 나가겠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국제적인 차원과 정책적인 차원을 모두 수용할 수 있도록 학회의 연구방향을 설정할 계획입니다.
中山信弘 – 宋相現 한일 두 석학들이 바라본 지적재산권의 향방
(일본 지적재산연구소장인 中山信弘 동경대 법대 교수(49)가 지난 8월 11, 12일 이틀간 한국을 방문했다. 한빛지적소유권센터가 번역, 출간한 ‘주해 특허법’ 한국어판 출판기념회에 참석차 내한한 中山 교수와 한국지적소유권학회회장인 송상현 서울대 법대 교수(53)가 처음 만나 특별좌담을 가졌다. 지적재산권 분야에 관한 한 최고권위자인 한일 두 석학들의 좌담을 통해 최근 지적재산권의 동향과 전망을 분석해 본다.)
宋 교수: 일본 지적재산권 분야의 최고권위자이신 나카야마 교수께서 한국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모처럼 한국을 방문하신 나카야마 교수님의 고견을 듣기 위해 이번 좌담은 제가 질문을 하고 교수께서 답변을 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법학을 공부를 하는데 있어서 로마시대 이래 줄곧 민법, 형법 등으로 분류해온 전통적인 방법에 따라 대학의 커리큘럼이 정해져 왔습니다. 그동안 지적재산법의 경우는 이 분류에도 속하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그 존재조차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나카야마 교수는 언제부터 이 분야를 선택하게 되셨습니까. 당시만해도 유망한 분야가 아니었을텐데요.
中山 교수: 제가 이 분야를 선택하게 된 것은 1970년입니다. 당시 저는 이 분야가 앞으로 유망하리라고 확신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그간 여러 사람한테 왜 이 법을 택했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었죠. 처음에는 민법 조교로 시작했었습니다. 당시 지도교수였던 가토 교수가 총장으로 임명되면서 민법의 한 부류로 속해있던 무체(지적)재산법 강의를 그만두게 됐습니다. 그 이후로는 무체(지적)재산법을 다룰 사람이 없어서 줄곧 혼자서 해왔습니다.
宋 교수: 전통적인 법학 분류방식에 의해서만 분류하다 보니 무체(지적)재산법이 그 분류에 속할 수가 없었을테죠.
中山 교수: 지금은 기본 민법과 같이 분류하고 있습니다.
宋 교수: 무체(지적)재산권 분야에 대해서는 두가지 입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경우를 보면 민법을 전공한 사람이 연구범위를 넓혀 지적재산법도 함께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 있고 또 실제 그런 그룹이 있습니다. 지적재산권은 형체가 없는 재산이므로 재산법의 일종인 민법을 공부하는 사람이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죠. 또 하나는 지적재산권 분야는 행정법에 정통한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분야이므로 행정법을 연구한 사람들이 해야 될 분야라고 주장하는 그룹이 있습니다. 즉 상표등록을 한다거나 특허출원을 할 경우 거절사정이 나왔을 때 특허청에서의 모든 절차가 행정법규적인 절차라는 것입니다. 특허심판, 항고심판, 이의신청 등도 모두 행정법규적인 절차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민법을 전공한 사람이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에서는 행정법을 하는 사람이 접근하는 경우가 있어 이 점이 혼란스럽습니다. 어차피 처음부터 이 분야를 시작한 사람은 없고 다른 분야를 해오다 자신이 연구분야를 넓힌 것에 불과하니까요.
中山 교수: 일본에서도 민법이나 행정법을 다루던 사람들간에 종종 그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부수적으로 지적재산권을 다룰 수가 없게 됐습니다. 전문화하다 보니 민법출신이나, 행정학출신, 행정법출신들이 이 분야를 부업으로 다루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宋 교수: 지적재산권 분야는 지금 말씀하신대로 어려운데다 복합적인 성격을 갖고 있어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요합니다. 따라서 공법과 사법, 실체법과 절차법, 그리고 법학의 전반적 기초를 튼튼하게 다진 후 지적재산권 분야를 전공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가능하다면 지적재산권 분야만 들여다보지 말고 관련학문 즉 사회과학이나 과학기술계통의 인접학문 분야와 연계해서 연구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中山 교수: 저도 그 점에 대해 같은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컴퓨터법, 경제법, 국제경제법 등을 연구함에 있어서 이와 같은 점들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민법 등을 포괄적으로 다뤄야 겠지요.
宋 교수: 화제를 좀 돌려보겠습니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 중반에 갑자기 미국이 지적재산권 문제를 양국간의 통상협상 의제로 다루자고 제안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이 분야가 우리의 관심을 끌게 됐습니다. 이처럼 지적재산제도가 통상문제와 서로 맞물려 얽히게 된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미국과 같은 선진국이 새삼 이를 강조하면서 들고 나온 이유는 로열티 수입에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십니까 아니면 기술을 상품화하여 대외수출을 하는데 있어서 보호가 필요하다는 좀더 거시적인 이유가 있어서라고 보십니까.
中山 교수: 미국은 기술력이 강한 대신 제품생산력은 약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지적재산권을 강화해서 돈을 벌어보자는 속셈입니다. 미국 내에서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지적재산권을 강화해야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미국은 기술이전에 따른 로열티를 가급적 많이 받아내서 이를 다시 연구개발비로 투자함으로써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이처럼 서두르는 이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력이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이지요.
또다른 이유는 선진국한테 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선진국의 경제가 소프트웨어화하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모방할 경우 설비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모방하기가 그만큼 어렵습니다. 반면에 소프트웨어는 적은 노력으로도 모방하기가 쉽습니다. 따라서 선진국의 경제가 소프트웨어화함에 따라 지적재산권을 강화시키는 것이 선진국 정부로서도 이익이며 이같은 미국의 주장이 먹혀 세계적으로 인식을 바꿔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宋 교수: 미국은 일반적으로 기술 수준이 높은 나라입니다. 그러나 과학기술이 발달해서 고도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과 그 기술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서 팔릴 수 있는 제품으로 상품화한다는 것은 다른 얘기입니다. 다시 말해 미국은 과학기술력은 최고 수준인데 비해 기술을 제품화하는 생산기술력은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과학기술 개발능력 자체도 선진국 수준이고 생산기술능력도 가장 앞서있는데 이 점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中山 교수: 기술무역수지면에서 비교하자면 아직도 미국이 압도적으로 흑자입니다. 반면 제품무역에서는 일본이 흑자입니다. 생산기술력이라는 것은 단순히 기술만이 아니라 노동력에 관한 것도 관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宋 교수: 기술을 개발해서 특허를 획득한 특허권자는 법으로 정한 일정 기간 동안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여러 가지 권리와 이익을 얻게 됩니다. 그런데, 다른 측면에서 보면 독점을 규제하고 공정거래를 촉진해야 하는 또다른 법률이론과 서로 충돌하게 됩니다. 미국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많았는데 일본의 경우는 학계에서 이 문제가 명확히 정리됐는지요.
中山 교수: 일본 학계에서도 종종 이 문제가 논의됐었습니다. 아직까지 통설은 없었고 실무적인 면에서도 큰 판결사례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행위 여하에 따라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가이드라인에 저촉된 경우가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미국에서 기술을 배웠고 도입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으나 앞으로는 일본 내에서 특허도입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므로 문제가 될 소지가 많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일본 국내문제에 미국이나 다른 외국에서 클레임을 제기해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본에서 추진중인 제5세대 컴퓨터 개발문제가 바로 그런 예에 속합니다. 이 경우를 보면 미국이 클레임을 걸어왔기 때문에 제5세대 컴퓨터 개발에 관한 모든 것을 외국에 개방키로 했던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특허와 독점금지법을 함께 생각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宋 교수: 지적재산권 보호에 관한 국제적인 동향을 살펴보면 지적재산권을 엄격하게 보호하는 동시에 질서있게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선진국 그룹이 있습니다. 반면에 지적재산은 인류공동의 재산이므로 누가 발명했더라도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개도국의 주장이 있습니다. 가령 강제실시권(COMPULSORY LICENSE)을 둘러싼 선진국과 후진국간의 대립이 그 좋은 예입니다. 이런 입장차이를 좁히기 위해서는 양자가 서로 만족할 수 있는 조문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보는데 이 점에 대해선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신지요
中山 교수: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이군요. 사실상 WTO가 이 문제에 관해 타결을 보려고 했던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힘있는 자는 강한 측면을, 약한 자는 약한 측면을 늘 주장합니다. 이 점에 있어서는 각국 정부에 대한 권리를 조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COMPULSORY LICENCE가 힘있는 자와 약한 자를 조화시킬 수도 있다고 봅니다. 또 어떤 측면에서는 COMPULSORY LICENCE가 다른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COMPULSORY LICENCE가 필요없다고 주장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독점금지법이라는 형태로 엄연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宋 교수: 나카야마 교수께서 지적하셨듯이 우루과이라운드는 상품교역에 관한 규범으로 탄생했지만 지금은 지적재산문제까지 포함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GATT 우루과이라운드는 다자간 협상방식입니다. 그런데도 미국과 같은 선진국은 협상테이블에 앉아서 다같이 통일된 협약이나 조약을 만들자고 약속을 하고서도 자국이 불리해지면 특정 국가를 따로 불러내 두 나라끼리만 협상을 하자는 식으로 나옵니다. 결국 자기네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속셈에서지요. 일본도 당했지만 한국도 이런 경험이 있습니다. 이럴 경우 특히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우루과이라운드와 같은 다자간 교섭결과와 두 나라간의 협상결과가 서로 다를 때 궁극적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가령 우루과이라운드가 타결됐음에도 미국이 다시 슈퍼 301조니 스페셜 301조니 하는 것을 들고 나오는데 이것이 지적재산권법 이론에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봅니다.
中山 교수: 미국의 행위는 간혹 심하다고 생각될 때가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국가구조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정부와 의회가 따로 분리돼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베르사이유조약체결 때도 그랬듯이 미국정부가 일을 추진하려해도 의회에서 반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WTO의 경우는 미국이 조약을 체결해놓고도 그것을 안지키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 패널이 생겼는데 이 제도를 적극 이용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간혹 패널로 나온 것을 미국이 위반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정치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법률가로서도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더라도 일단은 패널을 이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宋 교수: 방금 패널 이용과 관련한 말씀을 하셨습니다만 이 제도는 지적재산권에 관한 국제적인 분쟁해결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경우 분쟁당사자들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서 해결하는 수도 있겠지만 GATT라든가, 반도체칩 보호에 관한 워싱턴조약이라든가, 또는 세계지적재산권 보호조약안이라든가 하는 국제규범들의 분쟁해결절차에 관한 조항들이 조금씩 달라 이를 이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런 다양화된 분쟁해결방법들을 좀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통일화하기 위해 지역간 분쟁해결센터를 따로 설치, 운영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을 텐데요. 가령 지역적으로 인접한 나라나 문화적인 배경이 비슷한 나라, 기술수준이 비슷한 나라끼리 한데 묶는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요. 이러한 지역적인 분쟁해결센터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십니까. 또 기술분쟁해결을 위한 방법으로서 국제상사 중재방법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보시는지요.
中山 교수: 이 문제는 두 가지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국가 대 국가의 분쟁이라는 관점인데, 즉 미국이 일본을 불공정한 나라라고 인식했을 때 WTO에 가져가서 해결하는 경우입니다. 다른 하나는 사인과의 분쟁인데, 특히 다른 나라의 재판부에서 소송해야 할 경우, 분쟁해결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은 소송외 분쟁해결을 위해 WIPO 내에 분쟁해결센터를 설치해서 분쟁을 조정 또는 중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소송외 분쟁해결은 점차 늘어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지역간 분쟁해결센터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봅니다.
宋 교수: 나까야마 교수께서는 세계적으로 특허나 상표 등과 같은 지적재산권제도가 조화(HARMONIZATION, 혹은 통일화를 이룰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특히 이와 관련해서 앞으로 WTO체제가 출범하게 되는데 WTO와 WIPO가 각각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역할을 행사하게 될까요.
中山 교수: 우선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 세계지적재산권제도는 필연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 틀림없습니다. 반면에 통일화는 독일연방이나 유럽연합(EU)의 형태처럼 세계적인 추세로 나아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선발명주의에서 선출원주의로 바꾸려다 클린턴 정부가 종전 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대부분의 국가들이 취하고 있는 선출원주의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WTO와 WIPO의 관계를 논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미국의 어느 학자는 WIPO는 죽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특허제도와 관련해서는 기술적인 문제가 많으므로 WIPO가 담당하고 WTO는 무역을 담당한다고 봐야 합니다. 특허문제는 앞으로 이 두 기관이 자동차의 앞뒤바퀴처럼 함께 굴러가야 합니다.
宋 교수: 한국은 지금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과학기술의 진흥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내적으로는 독자적인 기술개발을 해야 한다고 외치는가 하면 국제적으로는 선진기술 도입을 통한 기술협력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선진국들이 막대한 기술료를 요구하거나 기술이전을 꺼리는 경우가 있어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 일본간에는 어떤 식의 공동노력이나 협조가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가령 기업의 기술협력 당사자간이나 정책당국자 또는 학계와 기업실무자들간에 어떤 구체적인 협력이 필요한지 말씀해 주시지요.
中山 교수: 전문분야가 아니라 대답하기 어렵습니다만 기본적으로는 시장경제의 원칙에 의해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을 갖고 있는 자는 국가가 아니라 기업입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이익이 있어야 기술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만 보더라도 과거에 일본은 막대한 로열티를 주고 기술을 배웠습니다. 경제원칙을 무시해서는 기술이전이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더 구체적인 대답은 드리기가 어렵군요.
宋 교수: 나가야마 교수님 역시 저와 마찬가지로 교육자이고 학자이신데, 지적재산권 분야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키고 이 분야의 발전을 위해서 교육자나 학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시까.
中山 교수: 저는 동경대 다른 교수들보다 잡지나 신문기사에 많이 등장하는 편입니다. 또 계몽적인 강연도 많이 다니는 편입니다. 그리고 대학 내에서도 가급적로 많은 학생들한테 가르치려 애쓰고 있습니다. 맨 처음에는 고작 20명의 학생을 놓고 가르쳤지만 지금은 2백명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양성된 전문학자들이 다른 대학에 가서 또다른 학생들을 가르치게 됩니다.
宋 교수: 오랜 시간 말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中山 교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