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재산권과 국민의식, 월간 지적재산 권두언, 제58호, 한빛지적소유권센터, 1993.4

宋相現 (서울법대 교수)
우리나라 신문이나 잡지에 지적 소유권이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선보인 것은 1985년도 하반기였다. 갑자기 미국에서 우리에게 시장개방 등 여러가지 통상관계의 재조정을 위한 요구를 하면서 미국의 지적소유권의 보호문제도 거론하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사단법인 한국 지적소유권학회를 창립하는 과정에서 이 학회가 토지 지적도에 관한 연구를 하느냐는 질문도 적지않게 받을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은 지적소유권이라는 용어조차 들어본 일이 없었던 것이다. 설사 이러한 단어를 이해하는 지식인의 경우에도 흔히 자신의 창작을 다른 사람이 알아주고 널리 활용하면 그 이상의 기쁨이 없을텐데 사용료를 내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또한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서 각종 법령을 개정 또는 제정하는 작업을 시작하자 산업계에서는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우리는 결국 모두 망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였다.
그로부터 아직 10년도 못지난 오늘날 우리의 형편은 어떠한가? 우선 기업들은 담당부서를 창설하여 각종 지적재산권의 보호를 위한 여러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고, 정부도 침해행위의 단속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으며, 일반국민의 의식도 현저하게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애당초 우리가 걱정하였든 점은 외국의 지적재산권 사용에 지급하는 로열티가 지나치게 증가하여 우리 경제와 기업에 과중한 부담을 주게 되고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기술에 종속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사실 이런 우려는 어느정도 사실로 나타나는 듯하나 우리의 부단한 기술개발과 학문진흥 및 문화창달을 위한 국가적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 그리고 개정된 법령은 외국인의 권리만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내국 창작자의 것도 똑같이 보호하는 것이므로 국내창작자들을 위한 새로운 보호장치를 제공하는 일방 국내인이 애써 창작한 것을 침해당하는 경우에도 효과적 무기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해적국의 오명을 벗기 위한 소극적 노력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창작물을 침해하는 외국 불법사용자에게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때가 되었다.
19세기말 이래 최선진국인 영국은 자기네 지적재산권을 불법 이용하는 미국, 기타 후진국에게 강력한 항의와 제재를 한 역사가 있다. 이는 오늘날 최선진국이 된 미국이 후진국인 우리에게 압력을 가하는 최근의 역사와 매우 흡사하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우리가 선진국이 되면 우리의 기술을 도용한다고 또다시 어떤 후진국들을 야단칠 것인가. 우리가 그럴만큼 선진국이 되는 때는 언제쯤일까. 역사는 역시 지적 재산권 발전의 경우에도 자꾸만 되풀이되는 것일까.